대기업을 다니다 조기 은퇴한 40대 직장인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파이어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마흔 살에 은퇴를 한 뒤 자신의 로망을 실현 중인 김다현 씨가 출연했는데요. 김 씨는 카카오 서비스 기획팀 팀장 직급으로 일을 하다 지난해 남편과 함께 은퇴한 후 1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고 그들의 실제 삶은 어떠할까요? 한번 살펴보시죠.
1. 파이어족이란?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준말입니다. 의미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로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가리킵니다.
파이어족은 역사는 1990년대 미국에서 유래됐는데요.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전 세계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유행했습니다. 대부분의 파이어족이 선택하는 방법은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임대 소득을 얻거나 금융 소득을 통해서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2. 왜 사람들은 파이어족이 되려고 하는걸까?
한국 사회 취업준비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와중에 나타난 파이어족은 헤어날 수 없는 학자금 대출과 불안한 취업 전망, 무너져가는 세상, 연금의 한계 등에 갇힌 '밀레니얼 세대 우울증'의 발로입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파이어족이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취업난에 자본 소득에 비해 뒤처지는 노동 가치, 불안정해지는 고용과 길어진 수명 등이 조기 은퇴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또한 어렵게 취업 관문을 뚫은 MZ세대가 퇴사를 서두르는 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미해진 데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고 해도 '100세 시대'를 고려하면 노후 준비가 막막하기 때문이죠.
3.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필요한 돈은?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은퇴 후의 삶을 위해 본인이 필요한 생활비를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미국의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경제적인 자유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니 1년에 평균적으로 4천만원을 쓴다면 최소 25배, 즉 10억원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고려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바로 '물가상승률'인데요. 지금 200만원과 20년 후 200만원의 가치는 다르기 때문이죠. 과거 10년간 물가상승률이 1.61% 수준입니다. 이에 2%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서 은퇴자금을 계산해야 실제 은퇴했을 때 현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은퇴 이후 월 300만원을 쓰면서 살고 싶다고 딱 그만큼만 준비해선 안됩니다. 물가상승률 2%를 고려하여 15년 뒤를 은퇴 시점으로 잡으면 1년 차에 매달 필요한 돈이 대략 403만원이 됩니다. 지금의 300만원이 미래의 403만원과 같은 구매력을 갖게 되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월 300만원씩만 계산해 준비했다면 나중에 매달 100만원 이상이 부족하게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부족할뿐더러 지금의 300만원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더 빈곤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인데요. 은퇴자금 계산기에 자신의 조건을 입력해서 실제 필요한 금액을 도출해보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4.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은퇴 이후를 준비해 나간다면 100% 목표 달성을 못한다 하더라도 은퇴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더 풍족한 삶을 살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할까요?
1) 짠테크
연간 모아야 하는 목표 금액이 생기면 그에 맞는 저축이 필요합니다. 파이어족의 특징 중 하나는 소비의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의 가치를 중심으로 삶을 재조직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일명 '짠테크'가 필요하겠죠.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30대 가구의 평균 저축률은 소득의 34%에 그칩니다. 전체 소득 중 식료품비와 기타 지출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파이어족은 꼭 필요한 지출을 제외하고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기 위해 최대한으로 절약하는 '짠테크'를 실천합니다.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만들고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등 목표 저축액을 달성하기 위해 철저하게 지출을 제한하는 것이죠.
2) 본업 외 수입으로 더 많은 돈 벌기
정해진 소득에서 지출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연간 목표 금액을 모으는 데에 한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이어족은 투잡, 쓰리잡 등 N잡 역시 마다하지 않는데요. 최근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추가로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 부업을 하기도 합니다. 주말과 저녁시간 등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아르바이트나 프리랜서 활동을 이어나가기도 하지요.
또,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추가 소득을 마련하면 은퇴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득은 늘리고 지출을 제한하며 목표자금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5. 파이어족들의 실제 삶은 어떨까?
서론에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달 2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마흔 살에 은퇴를 한 뒤 자신의 로망을 실현 중인 김다현 씨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은퇴한 후 1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김다현 씨는 은퇴자금으로 얼마를 모았을까요? 그는 '한 달에 생활비 250만 원씩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세금 300만 원을 더해 1년에 필요한 돈은 3300만 원, 남편이 연금을 받는 만 55세까지(12년) 생활비만 4억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비용 1억까지 더해 총 5억 원을 은퇴를 위한 목표 자금으로 책정했다고 하네요.
퇴직 후 김다현 씨의 일상은 여유롭지만 무기력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커피를 마신 후 공원에서 5km 정도 조깅을 하고, 이후에 식사를 하고 남편과 자유시간을 보내고 글을 쓰고 예능을 보면서 맥주를 한 잔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거주 중인 용인 아파트를 매도해 지방에서 주택을 구매하고 그 차익으로 은퇴 자금을 준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맹'이라 투자를 잘할 자신이 없었고, 어린 나이에 개인연금을 들어놨다고 합니다. 이후엔 주식투자로 해외 배당 ETF 등으로 용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내가 가진 현금이 몇십 년 후에도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니니까 투자를 해야 한다. 투자를 하면 현상유지가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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